"8시간37분10초라!!! "

풀코스 완주 기록도 아니고, 도대체 무슨 기록이지???  솔직히 아직까지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지난 일요일, 그러니까 11월14일에 저는 큰 사고를 치고 말았습니다.

100Km 울트라마라톤 대회에서 처음으로 기록해보는 8시간대 완주 기록!!!

5분페이스로 100Km를 달리면 총 500分, 시간으로 환산하면 8시간20분. 화장실 두번 갔으니 17분정도 소모하고 남은 시간을 쉬지않고 달린셈 이지요.  5분페이스로 풀코스를 완주하면 3시간30분정도에 완주 하겠네요. 저 자신도 놀랄만한 기록을 남기며 전체 2위의 기록으로 금년도 마지막 울트라 마라톤대회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이에 흥분되고 행복했던 순간을 부족한 글솜씨로 여기에 옮겨 봅니다.

 

  제가 작년 송년회장소에서 회원님들하고 한 약속이 두가지 있었습니다.

하나는 "메이져대회에서 Sub-3"를 달성하는것, 또 하나는 "100Km 울트라마라톤 Under 10" 즉 10시간이내에 완주하는 것.

그러나, 동마를 거쳐 춘마, 중마에서도 Sub-3를 달성하지 못해 응원해주시는 회원님들께 면목도 없고 죄송한 마음에 나머지 하나의 약속이라도

지키고 싶은 욕심에서 저는 11월14일 구미 동락공원에서 진행되는 "KUMF컵 100Km 한국선수권대회"에 참가 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메이져대회 Sub-3는 못했어도, 나머지 하나의 약속이라도 지키면 그나마 체면이 서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더구나 써바이벌 울트라가 아닌 스피드울트라이니 내심 Under 10의 기록을 달성할 수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하면서...

 

  대회시작 시간이 11월14일(일) 새벽5시라서 전날막차를 타고 가면 되겠다 싶어서 안산병원에 계신 어머님 면회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벌써 오후8시 30분을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너무 여유를 부린걸까? 부랴부랴 유니폼과 신발등을 챙겨 가방을 싸매고 영등포역으로 나갔습니다. 표가 없다네요. 집에서 인터넷 검색을 할때는 좌석여유가 있어서 예매를 하려 했더니 농협계좌가 전산망 보수작업 관계로 이체가 안된다 해서 부랴부랴 가장 가까운 영등포역으로 달려왔더니, 입석표밖에 없대요. 그거라도 감지덕지 라는 생각에 입석표 받아들고 11시쯤 열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구미에 대략 3시간쯤후에 도착하니 거기 찜질방에서 두세시간은 잘수 있겠다 하는 위안을 하면서...

 

  대회장에 도착하니 벌써 많은 분들이 도착하여 준비운동도 하고 주최측에서 준비해준 이른 아침을 드시는 참가자들로 대회장은 어수선한 분위기에 서둘러 배번을 부착하고 몸도 풀고 대회출발 신호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100Km 대장정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와 함께 달려나가는 주자들....

저는 찜방에서도 잠을 설치고하여 충분한 수면이 안되어 걱정스러운 마음에 초반 오버페이스를 안하려고 최대한 속도를 줄이면서, 첫 5Km 랩을 찍어보니 25분10초... 생각보다 몸이 가벼워서 조금은 안심이 되었습니다.

 두번째 바퀴까지 50분13초.... 10킬로를 뛰어보니 의외로 걱정했던것 보다 컨디션이 좋아서, 은근히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퍼질때 퍼지더라도 5분페이스로 유지를 해보자.... 편도 2.5킬로를 왕복하는 5킬로 코스를 20회 반복하는 뺑뺑이 코스. 일명 악마의 유혹때문에 완주가 힘들다고 하는 순환코스를 5분페이스로 7회정도 뛰고나니 화장실이 그립데요. 화장실에 다녀오니 몸이 한결 가벼워 뛰기가 편했습니다. 도중에 한번더 화장실행.... 이렇게 두번을 화장실에서 쉬는 것을 빼고는 거의 쉬지 않고 100Km 전 구간을 달렸습니다.

  

    13랩정도 돌았을까???  5분페이스로 5시간정도를 달리니 서서히 몸이 무거워지는 느낌에 배도 고파오기 시작했습니다. 여기까지 5분페이스를 유지하면서 달린것도 대단한 것 아닌가, 그만 포기할까? 하는 유혹이 자꾸 발목을 잡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50여킬로미터를 달리는 동안에 출발부터 내앞에 달리던 주자들을 하나둘 앞질르기 시작하여, 이제 내 앞에는 한사람밖에 안남았는데, 여기서 포기할수 없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뛰고 또 뛰었습니다. 허기진배를 주최측에서 준비해준 장국에 밥을 말아 부리나케 먹고는 또 달렸습니다. 출발할때 그 많던 주자들이 포기를 한듯 주로에는 이제 낮익은 30여명의 주자들만이 서로를 격려하며 뛰다가 걷다가...

  이제 제앞에는 선두를 달리는 김완수님 한사람뿐, 전에 다른 대회에서도 많이 마주했던 분인데 잘달리데요. 잡고싶은 경쟁자가 생기니 다시 힘이 살아나기 시작하여 달리고 달려서 세바퀴를 남겨놓게 되었을때, 선두주자에게 한바퀴를 추월 당하고 말았습니다. 선두를 잡아야 하겠다는 생각은 헛된 욕심으로 그쳐 버리고 이제는 페이스를 떨어뜨리지 말고 이대로 킬로당 5분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완주를 하고싶은 새로운 욕심이 생기더군요. 이대로 세바퀴만 달리면 9시간 안에 골인 할수 있다. 하는 생각을 하니 가슴도 벅차오르고 도저히 믿기지가 않아 어떻게 뛰었는지도 생각이 나질 않았습니다. 그렇게 20바퀴를 돌아 골인을 하니 반겨주는이 하나도 없데요. 그래서 주최측에 나 지금막 마지막 바퀴를 돌아 완주를 했노라 하니 하니 하는 말 " 한바퀴 남았는데요?" 이런 된장.... 그래서 2등으로 골인한 입상자 테이프도 준비 안하고 멀뚱멀뚱 쳐다만 보구 있었구나...황당하기도 하고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반환점이 두군데인데 제가 계속 확인을 하면서 뛰었걸랑요. 주최측에 그러면 두군데 반환점에 빨리 확인해보라고...항의를 했지요. 잠시후, 주최측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골인 테이프 찾고 사진찍는 분은 촬영을 해야하니 다시 골인하라하고...

  지치고 짜증도 날법 했지만, 그저 기분이 좋았습니다. 골인하면서 "8시간37분10초"가 찍히는 시계를 볼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저의 올해 마지막 울트라여행은 행복하게 끝을 낼수 있었습니다. 두개의 약속을 모두 지키지 못해 회원님들께 미안했지만 대신에 엄청난 기록으로 나머지 하나의 약속을 지킬수 있었기에 저는 만족을 하고, 또한 더 발전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수 있었기에 행복한 하루 였습니다.

  한해동안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보내주신 회원님들께 감사 드립니다. ---------영원한 숯내의 뜀꾼 장순동-----------

 

  추신 : 입상품으로 복분자주를 받았는데, 송년회때 가지고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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