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숯내마라톤 12기(13기?) 회원 이경옥입니다.

  풀코스 완주도 아닌 하프를 뛰고 후기를 쓴다는 것이 조금은 쑥스럽지만 저처럼 달리기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초보 회원님들께 다소의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대회 전날 밤은 가을비가 심하게 내렸습니다. 첫 출전부터 비를 맞고 뛸지도 모른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전 사실 잠을 설쳤습니다. 새벽에 중간 중간 몇 번이나 깨어 빗소리를 들으며
대회에 늦는 꿈도 꾸고 하다가 아침 5시에 기상했습니다. 아침밥을 든든히 먹어야 한다는
회장님의 조언에 따라 평소의 1.5배가량의 아침식사를 하고 당분섭취도 미리 해두자는 생각에
꿀물도 마셨습니다.


  박승곤님과 훈련팀장님을 만나 삼성동에 함께 도착한 시간이 7시 40분쯤 되었을 겁니다.
박승곤님의 도움으로 운동화에 칩을 달고 번호표를 부착하고 나니 한 분씩 낯익은 얼굴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토달 때처럼 숯내 팀이 함께 모여 준비운동을 하고 나니 어느새
코엑스 건너편 길은 수많은 마라톤 참가자들로 가득 찼습니다. 이런 큰 규모의 경기를
구경하는 것 자체가 제게는 처음이고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한데, 점점 밀려드는 많은 인파에
혹시라도 우리 일행을 놓칠 가봐 얼마나 노심초사했던지.....함께 하프를 뛰신다는 회장님과
김창식님 뒤를 좆아 다니느라 화장실도 못 갔답니다. 최혜영씨와 최옥자씨가 함께 출전했다면
좀 마음이 놓였을텐데요. 같은 초짜끼리 함께 헤메면서....


  드디어 풀코스가 먼저 출발을 하고 5분가량 뒤이어 하프가 출발을 했는데요. 30분가량
인파에 밀려 정신없이 뛰다보니 긴장한 탓인지 어깨가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초반에 자기
페이스를 잘 지켜서 실력 이상의 스피드를 내지 말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상기하면서 가능한 한
평소의 느긋한 자세로 뛰려 노력했습니다. 늘 그렇듯이 10키로 이상의 어느 지점에서부터인가는 자동차 페달을 밟으면 차가 자동으로 가듯이 그냥 저절로 뛰어진다는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런 상쾌한 기분에 계속 뛰다보니 잠시 후 다시 힘겹게 느껴지기 시작했는데 아마 17, 18키로 지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긴장해서 평소보다 속도를 더 낸 것인지 이 지점쯤에 와서는 심장이
살짝 옥죄는 느낌도 들고 평소 연습 때 느끼지 못한 고통을 느꼈습니다. 지금껏 토달에서
심하게 무리를 해본 적이 없는지라 이렇게 힘들다는 느낌은 처음이었고 내가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살짝 들었습니다. 마지막 2, 3키로 지점에서는 의외로 걷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는데 저는 그 정도로 힘이 빠지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똑같은 속도로 혹은 조금 더 속력을 내서 뛰었으니까요. 마지막 400여 미터 지점 쯤에서 하프를 완주하신 회장님께서
동행, 격려해주셔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솔직히 첫 경기라 그런지 어느 지점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제대로 나지 않습니다.
그냥 얼떨떨한 기분으로 뛰었다고나 할까요?
뛰고 나서의 느낌들과 생각들을 그저 두서없이 적어볼께요.


-연습을 할 때 주행 거리에만 신경을 썼는데 좀 더 빠른 속도로 뛰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회 참가는 연습과 다른 스릴과 나름의 긴장감이 있습니다. 이 긴장감에 자칫 무리를 할 수도
있겠더군요. 그래서 가끔 연습을 좀 과하게 해봐야 실전이 편해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 경기 도중 주로에서 숯내팀원을 만나면 엄청 반갑고 힘이 된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습니다. 달리기는 혼자 하는 운동이라 다소 드라이하다고 생각했는데 의외였습니다.
이런 동지애(?)와 소속감을 느끼게 된 것이 신선했습니다.

-마라톤대회가 나름의 축제분위기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마라톤이 중독성이 있다면 이런
축제 분위기도 한 몫 할 것 같습니다. 연습을 열심히 해서 다음 축제는 좀 더 즐겁게 참여하고
 싶습니다.


    회장님을 비롯한 숯내 회원님들께 감사를 드려요. (특히,응원하며 사진도찍어주신 김재학님)
      다음 경기에 참가할 땐 초보가 저 혼자만이 아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