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종주!!

진작에 신청은 해놓았는데 막상 대회일이 다가오자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되고
작년 경험으로 보면 위험구간이 여러 곳이 있어 겁도 나고, 포기할까 망설이는데

때마침 비까지 내리니 포기해도 별 무리가 없을 정도의 여건이 갖추어 지네요.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토달에 나가니 위경선님이 일찍 나와 있더라구요.

내일 이야기나 할까 하는데 대뜸 “어제(금) 늦게까지 회식자리가 이어져 내일 대회는 포기한다네요.”


강홍영님,장동화님이 함께 신청은 해놓았지만 여기서 포기한다면 숯내는 전멸.....

안되겠다 싶더라구요. 그래서 오늘 토달에서 몸 풀려던 계획을 취소, 내일 준비를 위해

일찍 집에 들어가려는데 5km정도 뛰고 온 위경선님이 내일 대회에 가겠다네요.

반신반의 하면서 새벽 2시30분에 약속 장소를 정하고 헤어졌습니다.

대회준비물을 정리해 놓고 오후 8시쯤 잠을 청하는데 잠이 와야지요.

뒤척거리다가 1시에 기상.

장동화님이 삼성역에서 합류하고 택시로 대회장에 도착하니 이미 전국 각지의 기라성 같은 강호 500여명이 모였습니다.


새벽 4시, 아직도 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새벽 공기를 가르며 출발.

보슬비에 습도가 높아서 그런지 얼마 가지 않아 온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고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첫번째 포인트지점인 다람쥐 광장에 도착하니 47분이 지났네요.

장동화님이 선두에서 잘 이끌어서 작년보다 빠르게 오긴 했는데 약간 오버페이스 기미가 보입니다.
몇 시간에 끝나는게 아니라 최소 10여시간을 가야 하는데 속도를
조절해야겠다 싶어 천천히 가면
앞에서 달리던 장동화,위경선님이 멈춰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 때문에 안되겠다 싶어 먼저 가라는데도 기다리고 있으니
미안하기도 하고 일단 의정부 동막골까지는
페이스를 맞추기로 하고 바짝 붙었습니다.


3시간이 지나 동막골에 도착하니 다리는 풀리고 땀을 많이 흘려서 그런지 현기증이 나고 얼굴은 노래지고
피곤은 몰려오고 거의 탈진 상태라 마음속으로 80%는 중도포기 결정.

장동화님,위경선님에게 이야기 하고 헤어졌습니다.


동막골 굴다리를 지나니 여러 클럽에서 온 응원단들이 많이 있군요.

그 중에 김미자님 모습도 보입니다. 숯내를 비롯 지인들을 응원하기 위해 친구분들과

나오신 것 같습니다. 감로수 같은 미숫가루 한 컵을 받아 마시고 회룡역까지 뛰다 걷기를 반복 회룡역 인근 편의점에서
스포츠음료 두병을 단숨에 비우고
준비해간 간식을 먹고 한동안 휴식을 취했습니다.

그런데 10여분이 지났을까, 뜻하지 않게 슬슬 컨디션이 회복되고 자신감이 되살아나는게 할 수 있겠더라구요.


다시 힘을 내어 끝까지 가보자고 마음 굳게 먹고 사패산을 향해 고.

가급적 뛰지 않고 속보로 꾸준히 가기로 전략을 수정하고 사패능선을 오르니 불암산, 수락산에서 보다 속도는
느리지 않은것 같은데 힘은 한결 덜 드는게 편안하더라구요.

사패산에 오르는데 장동화님은 포인트 찍고 내려오고 저 앞에 위경선님이 가고 있습니다.
위경선님도 오버페이스를 해서 그런지 많이 지쳐 있습니다.

둘이 사패산 정상에서 간식을 먹고 잠시 휴식.


도봉산 포대능선은 오르막 내리막의 연속이라 체력 소모가 많고 지루한 곳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곳곳에 휴식을 취하는
런너들이 많이 보입니다.
도봉산은 내려오는 길도 작은 봉우리를 여러 곳 지나야 하기 때문에 만만치 않습니다.

우리 인생도 희로애락의 연속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도봉산 포대능선과 북한산 의상봉 능선은 꼭 닮은것 같습니다.


7시간이 지나 간신히 우이동에 도착.

작년보다 30분정도 늦은것 같은데 어제 내린 비 때문에 주로가 좋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여기까지는 선방한 것 같습니다.

콩국수로 시장기를 해결하고 급수, 간식을 보충.

도선사까지 포장된 도로를 오르며 백운대를 바라보니 과연 마지막 관문답게 늠름하고 위압감을 갖게 합니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는 속담처럼 치친 몸으로 서서히 올라가니 눈앞에 인수봉과 백운대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북한산장에서 인수봉을 바라보니
클라이머들이 개미처럼 붙어 있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하고 현기증이 날 지경입니다.

속으로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왜 저리 위험한 스포츠를 즐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일반 등산객이 보면 산악마라토너들도 비슷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걷다 보니
위문 포인트가 바로 앞 입니다.
이제 총 거리의 2/3는 넘은 것 같습니다


등산객들의 응원을 받으며 동장대, 칼바위초입, 대동문, 보국문 ,대남문 포인트를 찍고 나니
마지막 의상봉포인트 한 곳만 남았습니다.

이곳부터 용혈봉, 의상봉은 등산로가 온통 바위로 로프나 철제 난간으로 되어있습니다.

그야말로 아차하는 순간에 천길 낭떠러지기로 추락하기 십상입니다.

다리는 후들후들 손은 긴장감으로 땀이 배고 온 몸은 온통 땀으로 범벅.

조심조심 발을 내딛어 맨 흙바닥에 다다르니 마음이 편안해 지는게

이제야 끝났구나 하는 안도감이 밀려옵니다.

마지막 1.5km를 남겨두고 남은 힘을 다하여 전력 질주.

골인지점을 남겨두고 여러 가지 포즈로 결승선을 통과하는데 눈물이 핑 돌고

가슴이 뭉쿨한게 기분은 날아갈 것 같습니다.


작년에 무모하게 도전해서 완주했던 기억으로 올해도 참가했는데 할수록 힘들고 보통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사전준비 훈련만 충분하다면 한번쯤
도전할만한 코스이기도 하구요.


장동화님은 저보다 1시간 전에 도착. 작년보다 시간을 단축하였고, 강홍영님도 작년과 비슷하게 완주. 

오늘 처음 출전한 위경선님도 좋은 기록으로 완주하였습니다.


PS : 비공인 추적거리 67km

     5산 표고 불암산 508m, 수락산 638m, 사패산 552m, 도봉산 739m, 북한산 836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