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은 수축특성, 대사특성이나 역학적 특성에 따라 속근(速筋, fast-twitch muscle fiber 혹은 백(白)근)와 지근(遲筋 slow-twitch muscle fiber 혹은 적(赤)근)로 크게 구별할 수 있다. 속근는 빨리 수축하고 큰 힘을 낼 수 있으나 쉽게 피로해지는 반면, 지근은 거꾸로 수축속도는 느리고 힘도 약하지만 잘 피로해지지 않는 특징이 있다.

또 속근과 지근의 중간 성질을 가진 '중간근'으로 더 세분화되며, 골격근은 속근, 중간근, 지근으로 구성되어 있다.

속근과 지근에 대해서는 스포츠를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도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왜 속근을 백근(白筋), 지근을 적근(赤筋)이라고 부를까? 그 이유는 피의 순환과 관련되어 있다. 지근에는 혈액중의 산소운반의 역할을 하고 있는 헤모글로빈으로부터 산소를 받아들이는 미오글로빈이나 모세혈관이 많이 분포해 있어 붉게 보이는 것이다. 참치회가 붉게 보이는 것도 그 이유이다. 거꾸로 속근은 미오글로빈도 모세혈관도 적기 때문에 희게 보이는 것이다. 중간근은 양자가 적절히 섞여 있기 때문에 핑크색을 띠고 있다.

육상경기에서 속근은 단거리, 투포환, 도약선수, 지근은 장거리, 마라톤, 경보선수의 근육에 많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속근을 단거리형, 지근을 장거리형으로 부르고 있다. 속근과 지근은 근육중에 모자이크상태로 존재해 있어 사람의 신체에서는 100% 속근, 100% 지근은 존재하지 않는다.

근의 구성비율(지근 vs. 속근)은 태생적으로 결정되며 훈련에 의해 비율이 변화되지 않는다는 것이 현재 근생리학계의 정설로 되어 있다. 마라톤에 열중하고 있는 여러분중에서도 초등학교의 단거리대회에서는 항상 꼴찌만 하던 사람이 지구력을 요하는 대회에서는 상위를 차지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또 중간근의 경우는 매우 적응성이 뛰어난 성질을 가지고 있어 스피드-파워계통의 훈련으로 속근으로, 지구력배양을 위한 훈련으로 지근으로 성질이 바뀌어 간다. 따라서 조깅 등 천천히 하는 지구성(유산소적) 훈련만 할 경우 속근의 능력이 떨어지고 스피드도 둔해진다.

마라톤에서는 젖산역치(Lactate Threshold, LT)의 좋고 나쁨이 시간의 빠름과 느림에 관련되어 있다. 유산은 주로 속근에서 만들어지고, 지근에서는 에너지로서 사용되어지기 때문에 지근이 많은 사람이 마라톤에서는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회중에 코스에는 오르막 내리막이 있고, 상대와의 밀고 당기는 경쟁이 있다. 그 때문에 힘이 강한 달리기나 스퍼트력이 필요하게 되기 때문에 속근의 능력이 좋을 필요가 있다.

또 속근의 능력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쇠해져서 무거운 것을 들 수 없게 되거나, 재빠른 움직임이 불가능해 추춤거리거나 넘어지면 재빨리 몸을 바로 세울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되지 않기위해서는 속근의 능력을 유지해야 한다. 평소 천천히 조깅만 하는 중고년의 주자도 가끔 스피드훈련이나 근력훈련을 실시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지근의 능력을 높히기위해서는 LT페이스 훈련을

지근에 대해서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지근에는 미오글로빈이나 모세혈관이 많이 분포해있기 때문에 붉게 보이는 것이다. 또 에너지원인 글리코겐이나 지방을 유산소적으로 분해하여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미토콘드리아도 많이 존재하고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속근에서 만들어진 젖산을 분해하여 에너지로 사용한다.

미오글로빈은 혈액중의 헤모글로빈에 의해 운반되어온 산소를 근육속에 흡수하여 축적하는 기능이 있다. 모세혈관이 많으면 많은 혈액을 근육에 운반하고 또 노폐물을 재빨리 제거할 수 있다. 이들의 상승효과와 미토콘드리아에서의 에너지생산으로 지근은 피로해지지 않고 계속 움직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LT는 지근에서의 유산의 산화능력에 영향을 받는다. 즉 속근에서 만들어진 유산을 어느 정도 지근에 흡수하여 에너지로서 사용할 수 있는가로 'LT스피드'가 결정된다. 약간 복잡하게 생각될지 모르지만 지근의 능력이 마라톤 기록을 결정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일류 마라톤선수는 레이스페이스가 빠르기 때문에 레이스중에는 속근을 사용해서 달린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2시간을 넘게 달리는 일류선수도, 4시간 정도를 달리는 일반 아마추어선수도 레이스페이스는 LT페이스이다.

달리기 속도는 천천히 늘어가고 처음 늦은 속도에서는 지근이 활동하지만 LT를 경계로 지근의 활동에 중간근, 속근이 더해져 스피드의 증가에 대응해간다. 이와 함께 유산의 생성도 많아지고 어느새 피로가 쌓여 달리지 못할 지경에 이른다. 즉, 속근이 동원된 스피드로는 장시간 달릴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지근의 능력을 높히기위해서는 LT까지의 페이스로의 훈련이 효과적이다. LSD와 같이 느린 페이스에서는 지방이 에너지원으로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지방의 산화능력이 높아진다.

LT페이스에서의 지속주로는 속근(특히 중간근)의 활동도 약간 더해지고 유산이 만들어진다. 이 유산을 지근은 흡수하고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유산의 산화능력이 개선되어진다. LT페이스의 기준은 풀마라톤~하프마라톤의 평균 레이스 페이스로 보면 된다.

참고자료 : 福嶋利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