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와 선배언니의 권유가 있었다. 북한강 50km 뛰어보자고. 무슨 소리, 어떻게 50km를 뛰어. 하면서도 섣불리 뿌리칠 수가 없었다. 작년이었다. 마라톤교실을 수료한 지 얼마 안되서 울트라마라톤이라는 단어를 접했고, 밤새 강변을 뛴다고 했다. 낭만적이었다. 그 기억 때문이었을까, 접수해버리고 말았다.


   주 3 10km, 1 20를 작정했다. 허훈련팀장님이 알려준 스쿼트를 짬짬히 하고, 목요일 연합훈련을 가능한 한 참석하려고 노력했다. 2주 전부터는 물을 자주 마셨고, 직전 며칠은 이온음료를 물에 타서 마셨다.


    
D.day.
비가 내린다. 챙겨둔 가방을 손에 들고 현관문을 나서는데 울컥 뭔가가 올라온다. 다시 돌아올 수 있겠지. -, 오버하고 있다. 클럽사람들이 모이고 감사하게도 카풀을 해주셨다. 드디어 사진에서 보던 엎어진 노란색
字 출발선이 보인다. 반갑고, 설렌다. 배번호에는 내 이름이 크게 박혀있다. 드디어 울트라맨으로서의 첫 발이다. 초반페이스가 나한테는 빠르다. 클럽동지들 보다 천천히 달린다. 북한강이 왼쪽으로 흐르고, 꿈에 그리던 로망은 시작되었다. 하늘도 좋고, 강도 좋고, 사람도 좋고, 나도 좋다. 그래 잘 하고 있어. 30분 마다 수분을 섭취하고, 사탕. 초코파이를 보충하며 쉬엄쉬엄 달린다. 울트라맨들이 매점에서 사먹는 음료 1위는?  콜라. 


   25km
반환점이다. 숯내가 물과 파스로 맞아주신다. 가족과 같이 웃어주시니 피로가 싹 가시는 듯 하다. 뛰는 것도 쉽지 않지만, 응원은 더 큰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하는 것 같아서 그저 감사할 뿐이다. 회장님, 박승곤님, 룰루님 감사합니다*^^*. 일명 깔닥고개에서 조옥님을 만났다. 날은 깜깜한데 소나기는 내리고 다리도 편치않다. 울트라선배 가라사대, 그냥 발 만 내딛이면 돼. 그래 발만 내딛자. 천리 길도 한걸음이라고, 그러다 보면 도착하겠지.


    
멀다. 힘들다. 다리가 나무토막이다. 몇 킬로 남았을까, 깜깜한 하늘에 번개가 치고 천둥은 울리는데, 앞엔 아무도 안보이고, 뒤돌아 볼 여력도 없다. 어깨가 앞으로 쏠린다. 자세를 똑바로 한다. 이제 다리는 지멋대로 오토매틱이다. 차를 탈까? 타고 싶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 서울-양평 갈림길이 나온다. 이 길이 맞겠지. 춥다. 얼마나 더 가야 할까. 바람막이를 꺼내 입는다.  짐 챙겨 사우나 가는 분께 외친다. 얼마 남았어요--  1미터요
거짓말처럼 오른편에 字가 빗 속에 지쳐 서있다. - 소리가 귀청을 때리는 순간, 두 팔을 뻗쳐 올린다. 해냈다. 빗물이 눈에서 내린다.


   축하하며 반겨 주시는 숯내 식구들. 감사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지만, 개인적 극한을 뛰어본 사람 만이, 그 순간 올라오는 뭉클함을 느낄 수 있으리라. 로망이 苦痛이 되고 또다시 로망이 되는 북한강의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