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삼성전자마라톤팀의 간판인 이봉주 선수의 훈련파트너를 영입하기 위해서 탄자니아를 다녀온 적이 있다. 해발 1700m의 고지대에 있는 아루샤라는 도시에서 현지 선수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했다. 한나절에 걸친 테스트를 마치고 선수들이 생활하는 숙소를 들여다보게 됐는데 선수들이 옥수수 가루로 만든 ‘우가리’라는 음식을 먹는 것을 보고 신기해 한 적이 있다. 어떻게 저렇게 부실하게 먹고 힘든 운동을 하나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선수를 붙잡고 “너희들은 이렇게 먹고 달릴수 있냐”고 물어봤다. 그 선수는 “우리는 모두 이것을 즐겨 먹는다. 운동도 하고 생활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며 오히려 왜 물어보냐는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우리 몸의 영양소는 크게 나눠서 3가지로 분류한다. 지방과 탄수화물. 단백질로 분류하는데 마라톤할 때 주로 쓰여지는 영양소는 탄수화물이다. 몸속에 있는 탄수화물이 에너지로 다 쓰여진 다음 지방이 에너지원으로 활용되는데 지방이 에너지로 활용될 때는 경기력이 급속도로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래서 마라톤을 하는 선수들이나 동호인들은 고기를 많이 먹는 것보다는 탄수화물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우리가 먹는 한식에는 탄수화물(밥.빵.국수.감자.콩)이 많이 들어 있다. 간혹 “한국 사람들은 고기를 안먹으면 힘이 없어 체력이 떨어진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는 틀린 말이다. 육류는 체력과는 별 관계가 없다. 그래도 전혀 안먹고 운동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주당 2회 정도 가볍게 섭취해주는 것이 좋다. 되도록 긴 거리훈련을 하기 전에는 먹지 않고 훈련을 끝내고 먹는게 좋다. 한번 먹을 때는 많은 양 보다는 적당한 양을 먹는 것이 몸에 부담이 따르지 않는다.

탄자니아에서 우리는 이봉주 선수의 훈련 파트너로 존 나다사야 선수를 뽑았다. 이 선수는 고기를 잘 먹지 않았고 밥이나 빵 종류를 먹고 훈련했다. 한번은 이봉주 선수와 함께 밀라노 마라톤에 출전한 적이 있는데 다른 것에는 입을 안대고 일주일 내내 스파게티만 먹고 버티면서도 자신의 최고 기록인 2시간8분대의 좋은 기록을 내서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마라톤 선수에게 탄수화물이 좋다는 것을 확실하게 일깨워준 셈이다.


오인환의 실전 마라톤
삼성전자육상단 마라톤팀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