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제 4월 13일에 해남땅끝마라톤에 참가하고 돌아왔습니다.
지난 3월 2일 서울마라톤으로 부터 16일 동아마라톤, 30일 인천국제마라톤까지 2주마다 풀을 한번씩 뛰었기 때문에
땅끝마라톤 참가신청을 주저하다가 고향에서 하는 마라톤이라서 고향에 계신 부모님도 뵐 겸 참가하였습니다.

토요일밤을 부모님과 같이 보내고, 일요일 아침 해남군민광장에 8시30에 도착하여 군청에 근무하는 친구를 만나
그의 사무실에서 커피한 잔 얻어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짐을 그 친구에게  맡기고 나서,
혼자 스트레칭하고 가볍게 10여분 워밍업을 하면서 출발준비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풀코는 이번에 처음 신설된 것이어서 인지 풀코스 참가자가 얼마되지 않았습니다. 남자 70여명, 여자 10여명.
훈련을 충분히 하지 않았고, 대회전 일주일 동안은 술을 먹지 마라고 하였는 데 지난 주 수요일까지 술을 먹었던 터라
기록은 생각하지 말고 연습하는 기분으로 완주만 하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9시30분에 출발하였습니다.

참가자들이 적어서인지 출발과 동시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빨리 뛰어 나갔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오버페이스하지
않으려고 중간 정도에서 뛰었는데도 1km지점에서 시계를 보니 4분 30초, 안되겠다 싶어 속도를 줄이면서 뛰었습니다.
해남읍내를 빠져나와 들판에 뻗어 있는 시골 포장도로를 좋은 공기를 마시며 양쪽의 벚꽃 향기를 맡으며
뛰기에는 아주 좋았습니다. 비가 올거라는 예보가 있었지만 비는 오지 않았고 적당이 깔린 구름이 해를 가려 주어서
마라톤에 아주 좋은 조건이었습니다.

주변의 분위기와 날씨가 좋아서 인지 5Km 기록은 22분50초. 계획보다 빨리 뛰고 있었습니다.
속도를 늦추면서 뛰고 있는 데 창원에서 독립군으로 마라톤을 즐기고 있는 어느 분이 3명을 이끄면서, 마라톤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저를 추월하여 앞서 갔습니다. 같이 따라가면서 이야기를 훔쳐 들어보니 하루 전 토요일에도
어느 대회에 가서 풀을 뛰고와서 또 뛴다는 등 마라톤에 대한 이론 등을 강의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기가  이미
마라톤에 중독되었다고 하였습니다.
(구경하는 마을사람들 왈 "뛰기도 심들 것인디 먼 이야기를 저렇게 해 싸까이")
그들의 뛰는 속도가 4분50초대 이었습니다. 혼자 뛰면 지루할 것 같기도 하고 속도도 알맞아서 그 팀을 페이스메이커 삼아
같이 뛰기로 하고 양해를 구한 후에 그 팀에 합류하였습니다.

25Km 지점까지는 같이 뛰었습니다.
기록은 5-10Km 23:02, 10-15Km 24:32, 15-20Km 24:29, 20-25 Km 23:26 이었습니다.

이후부터는 각자 능력대로 뛰다보니 흩어지고 혼자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까지의 기록을 보니 나머지를 잘 뛰면
기록갱신이 가능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거의 이전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뛰었는데 역시 마지막 10Km는 힘들었습니다.
최종기록은 3:24:55, 이전 기록보다 44초 빠른 기록, 채 1분도 안되는 단축이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습니다.
고향마라톤대회에서 기록을 갱신한 것이 저에게는 조금 의미있게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결승점을 통과하는 데 무슨 번호표를 주었습니다. 21위, 나중에 알고보니 30위까지 상품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해남호박고구마+키위 1상자를 마라톤 시작후 처음으로 받았습니다.
마라톤도 오래하고 이대회 저대회 다녀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대회의 풀코스는 무난한 코스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약간의 오르막 내리막이 있긴 하였지만
벚꽃나무 가로수길, 전원적인 시골 풍경, 원활한 급수 및 급식, 완주후 주먹밥 등 .....

(이 대회 참가하느라 클럽데이에 참가하지 못한 것이 하나의 아쉬움으로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