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서울마라톤대회 참가 후기 선정작 발표

어느덧 세월은 흘러 제11회 서울마라톤이 끝난지도 한달여가 다가옵니다.
많은 분들이 나름대로의 감동을 말씀해 주셨습니다만,
대회를 치르는 입장에서 칭찬만큼 즐거운 일은 없는 듯싶습니다.

그 날의 기억을 가장 생생하게 전해주신 다섯 분을 선정했습니다.
선정 되신분들께 축하드립니다.                                  

                                 ◆  참가 후기 선정작 〔무순〕

주무송님 〔마라톤, 혼자가 아니다〕
     찬바람에 오래 달려 지친 다리에 찾아든 고통을 어떻게 이겨내고 무었을 생각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 날을 위해 차가운 아스팔트위에 화살표를 붙인 그 따스한 마음이 있기에 참가한 우
     리 모두와 도우미가 진정한 승자이고 마라톤은 결코 혼자가 아님을 느꼈다.

허강만님 〔105리 3시간 30분의 기쁨을 누리다〕
     29키로 지점에서 인가, 정확하진 않지만 내가 태어나서 그렇게 만나는 꿀 호떡과 건포는 처음
     먹어 본 것 같다. 지금 이글을 쓰면서도 그때의 꿀 호떡 맛에 절로 침이 삼켜진다.

김미자님 〔내가 살아야 할 근사한 이유〕
     서로의 몸을 끈으로 이어 탯줄처럼 연결고리로 반환점을 안내해 주는 자원봉사 하시는 분들의
     결속력이 감동스러웠다. 반환점을 지나 돌아오는 급수지점에서의 싱싱한 토마토와 찰떡파이는
     육체적 힘이 되었고 자원봉사하시는 분들의 따뜻한 격려는 정신적 힘이 되었다. 오늘 먹은 방
     울 토마토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토마토로 기억될 것이다.

박명덕님 〔42.195키로 그 멀고도 길었던
여정〕
     100회를 뛴 지금도 출발은 두려움이다. 꼴찌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내가 과연 이 길을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그리고 마지막 골인 까지는 역시 가장 고통
     스러운 순간들이다. 그리고 골인하는 순간 그 고통의 순간들은 잊고 난 또 다음대회를 기다린
     다. 산모가 예쁜 아기 재롱에 고통스러운 출산의 순간을 잊고 또 다시 아이를 가지듯이....

박원철님 〔왕초보의 마라톤대회 처녀 출정기〕

     한손은 바나나 반 토막을 들고 - 언제 먹어야 될지 껍질은 어떻게 버려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아서 결국은 집에 도착한 후 먹어버린 5km를 뛴 바나나 - 나는 계속 뛰고 있었다.

     당첨되신 분들께는 뉴발란스 고급 운동화를 댁으로 우송해 드립니다. 
  

                                                          2008년 3월 31일 

                                            제11회 서울마라톤대회 조직

내가 살아야 할 근사한 이유

황사가 심하니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라는 기상청의 일기예보가 빗나가기를 바라면서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창문을 열어제쳤다. 가끔식 빗나가는 예보로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던 기상청의 일기예보가 오늘따라 정확했다. 중국 고비사막에서 울트라로 달려온
지친 흙먼지가 헐레벌떡 분주하게 하늘을 휘젖고 있었다.

택시기사한테 서울마라톤이 열리는 여의도 수변마당에 가자고 하면서 자리에 않자마자,
왕 침튀기는 나의 마라톤 예찬은 시작되었고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기사양반의 인내심에
감동한 나머지  급기야  택시 거스름 돈까지 서비스 팍팍하고 들어서는 수변마당은 사랑을
예찬하는 음악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꿈틀거림은 생명이다. 아주 오래전에 읽은 "서울1965년의 겨울"이라는 소설에서
주인공에게 안씨 성을 가진 대학원생은 꿈틀거리는 것을 사랑하느냐고 묻는것으로
소설이 시작되는데, 수변마당은 꿈틀거리고 있었다. 나는 이 꿈틀거림을 사랑한다.

원효대교를 출발하여 마포대교, 서강대교, 당산철교, 양화대교, 성산대교, 가양대교를
반환점으로 돌아오는 21.0975Km의 장정이 시작되었다. 풀을 신청했다가 동아마라톤을
얼마남겨 두지 않은 시점이라서 하프로 변경하였다. 봄이라고 하기에는 꽃샘추위가
매서웠다. 참가자들이  보온용으로 입은 비닐에서 겨울과 봄이 사람과 사람사이처럼
서걱거렸다. 땅속에서는 지난 겨울에 봄을 잉태한 씨앗들이 땅을 향해 초록의 발길질을
해대고 있었다.

멀리 상암월드컵 경기장이 보인다. 월드컵의 환호성, 붉은 악마 등 아스라히 잊혀진
서울 2002년 여름의 잊을 수 없는 감동적인 필름이 돌아간다. 그 당시는 신문을 봐도
스포츠 신문만 읽었고 잘생긴 베컴, 호나우드, 박지성 선수 등이 화면속에서
꿈틀거리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시작이 행복했다.
축구경기 45분을 뛰고나면 10Km를 완주한 효과가 있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한강다리 6개를 지나고 나니 어느덧  반환점인 가양대교에 도착했다. 서로의 몸을
끈으로 이어 탯줄처럼 연결고리로 반환점을 안내해 주는 자원봉사 하시는 분들의
결속력이 감동스러웠다. 황사로 인해 밖에 나가지 말라는 일기예보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초봄의 짧은 조각난 반나절은 환한 미소로 참가자들을 격려했고, 순간을 접어 기록을
단축하려는 마라토너의 노력이 눈물겹다.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제일 후회스러운 일은 아이를 하나만 낳아 금쪽같은 내 아이를
외롭게 만든일, 그로인해 우리나라 인구 감소에 일조한 일이며...  제일 잘한 일은
마라톤을 시작한 일이다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시골 이발소 그림처럼 지루한 나의  일상에서 마라톤은 내가
살아가는 기쁨자체였고, 까칠한 성격을... 매사를 긍정적으로 보는 성격으로 변화시켰다.
마라톤을 하기전에는 무심하게 보아 넘겼던 교통표지판의 거리를 이제는 울트라, 풀, 하프,
10km, 5km의 다섯단계로 분류해서 거리에 대한 개념 정리를 하는 버릇이 생겼다

반환점을 지나 돌아오는 급수지점에서의 싱싱한 토마토와 찰떡파이는 육체적  힘이 되었고,
자원봉사하시는 분들의 따뜻한 격려는 정신적 힘이 되었다. 오늘 먹은 방울 토마토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토마토로 기억될 것이다. 

이제 2년으로 접어든 짧은 마라톤경력이지만, 대회를 출전 할 때마다 설레이는 떨림이 있다.
10km는 2% 부족하고 풀은 2% 넘친다. 나의마라톤 철학은 절대로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달린다.
드디어 피니쉬 지점인 63빌딩이 보이기 시작한다. 내 페이스대로 달려 전광판의 시계를
바라보지만, 기록보다는 완주로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눈송이가 목화꽃처럼 탐스럽다.
아름다운 雪中走 였다
하루라도 인터넷을 보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숨가쁘게 돌아가는 생활을 접고
여유를 가지고 달린 서울마라톤
 
서울마라톤에서
옷깃을 스친 수많은 만남과 이별
객관적인 만남은  평행선이다. 
내년 대회를 기약하면서
짧은 만남은 결별로 이어지고...

자기만의 방과 몇페니의 돈으로
경제적 자유를 꿈꾸다
자살한  페미니스트
버어지니아 울프여사의 생애와
날카로운 첫 키스를 마지막으로
주로에 내동댕이 쳐지는
종이컵의 생애는 서글프다

눈이 싸락눈으로 바뀌자
다방식 커피를 마시면서 최백호의 흘러간 옛노래가 듣고싶다
 ...궂은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렴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만은
 왠지 한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에 다시 못올것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마라톤에 대하여... 

이제 30Km에 접어든 내 인생을  관조해 본다
내가 살아야 할 근사한 이유는
설레이는 가슴을 쓸어안고
바람처럼...
속절없이 달리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