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마라톤 홈피에서 우성구님 후기 퍼 왔습니다.)


늦가을의 새로운 희망

휴대폰 모닝콜이 깨워준 시각은 새벽 4시.
일어나자 마자 대충 옷을 줏어 입고
어둑 어둑한 아파트 앞 공원길을
한 10여분간 뛰어보았다.
싸아한 새벽공기가 코끝을 스친다.
큰 대회니 만큼 이른 새벽부터 서두르게 된다.

'그래, 오늘 대회는 정말 힘껏 뛰어보는 거야 !'
마음속으로 파이팅을 외쳤다.

마라톤을 시작한지 이제 2년 남짓.
작년 이때 첫번째 풀코스를 뛴 대회니 만큼
중앙서울 마라톤은 무척이나 정이 가는 대회다.

작년 첫 출전때는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모른다.
과연 42.195km 그 먼 길을 뛸 수 있으며,
시간내에 완주할 수 있을까 하면서
무척이나 걱정 했었다.

다행히 생각보다는 좋은 기록으로 완주했기에
자신감을 얻었고, 그 후 지난 1년 동안 거의 매달
한번 꼴로 풀코스를 뛰었다. 지난 6월과 8월에는
100km 울트라 마라톤까지 두 번이나 완주했었다.

아침 6시 평택발 서울행 첫 고속버스로 강남터미널에 내려
지하철로 서둘러 종합운동장엘 도착하니, 시간이 빠듯하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인파들을 헤치며,
물품보관장소를 거쳐서, 출발지점 B그룹으로 뛰어 갔다.

카운트다운과 함께 출발을 했다.
막상 달리고 있으니, 그 동안 긴장과 초조는 사라지고,
상쾌하게 거리를 뛰고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초반에는 숯내마라톤 회원 세 사람이 나란히 뛰었다.

함께 뛰던 동호회원 한 사람이 양쪽을 보며, 오늘 목표를 묻는다.
내대답은 그저 마음을 비우고, 4시간 안에만 들어오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속마음은 별도의 목표를 잡고 있었다.

며칠전 게시판에 류호님과 이정일.황창하님의
3시간40분 페이스 메이커의 구간별 기록을
쪽지에 적어놓고 그걸 목표로 정했었다.

그 동안 마라톤하면서 후반에는 어차피 체력이
못 따라 주기에 힘 좋은 초반에 좀 빨리 많이 뛰자는게
지금까지의 작전이었는데,
오늘 대회는 초반에는 절대 서두르지 않고,
좀 천천히 뛰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초반에 서두르지 않았어도
편안하게 10km 구간을 49분 가까이에 통과할 수 있었다.

그래도 작년에 달려봤던 길이기에 작년과 비교도 하며,
붉게 단풍이 든 가로수와 거리를
두루 두루 살피면서 뛰는 여유도 생겼다.

한 18km 정도를 뛰었을까, 맞은편 주로에 에스코트 경찰차 뒤로
엘리트 선수들이 반환점을 돌아서 오는 모습이 보였다.
선두그룹에 우리나라 선수가 보이지 않아서 조금은 아쉬웠지만,
달리는 흑인 선수들한테 파이팅을 외치며 응원해 주었다.

반환점을 지날때 쯤 오른쪽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는것 같았다.
그 동안 아껴온 새양말을 신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신었는데,
결국 그 놈이 발바닥 앞부분을 괴롭히고 있었다.
제발 완주할때까지는 별 일이 없어야 할텐데....
온 신경은 발바닥에 집중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것때문에 완주할때 까지
다른 아픈 곳은 느끼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반환점을 지나서 한참을 달리다니,
평택마라톤의 한종천 어르신께서 달리고 있었다.
마라톤 대회에서 종종 뵙기에 인사를 드리는데,
70대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지난주 춘천마라톤에 이어서 오늘 또 달리고 계신다.
나도 15년 후에 과연 저 노익장처럼 달릴 수 있을까? 존경스럽다.
29km지점쯤까지 노익장과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 후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30km지점을 통과했다.

마음속의 페이스 계획대로 잘 뛰고 있었다.
30km지점에서 시계를 보니 2시간 30분이 조금 넘고 있었다.

35km 지점 수서역을 지나면서 숯내마라톤클럽 동호회원의
열열한 응원을 받으니 다시 힘이 솓구친다.
그런데 가끔은 주력이 좋은 주자들이 앞질러 가는걸 보면
부럽기도 하고, 욕심을 부려서 따라 잡아보고 싶기도 했다.

이제 남은 거리는 불과 2km
주로에는 많은 시민들이 응원을 해 준다.
더 힘껏 뛰어보자고 자신에게 재촉을 해 본다.
주경기장을 돌면서는 더 속도를 내어보았다.
매트를 밟는 순간 - 3시간 38분이 조금 넘고 있었다.
아~ 목표 달성... 작년 대회때 보다 15분 단축.

그 기쁨은 아마 자신밖에 모르리라.

내년 가을에는 새로운 목표를 가지고 또 다시 도전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