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30K만 가자!


작년 춘마 때, 저의 첫 풀 도전 계획이었습니다.

32K 달리기는 여러 번 하였지만 더 이상 장거리 시도는 하지 못하고

25K 거리를 넘어설 때 느꼈던 허벅지를 뻣뻣하게 만들었던 고통이

첫 마라톤에서는 35K 이후에 또다시 오지 않을까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30K까지는 신나게 뛰고 나머지 거리는 걷던 달리던 몸이 하고픈 대로 하기로
마음을 먹고 춘마에 도전하였습니다.

 

결과는 첫 마라톤에 대한 두려움에 연습을 많이 하였기 때문 인지(춘마 있었던 달은 주행거리가 260에 육박했습니다) 장거리 달리기에 대한 피로, 종아리에서 나올까 말까 약 올리며 골인지점까지 함께한 새앙쥐 말고는 특별히 힘들었다고 생각이 들지 않았고 또 걷지도 않고 참 재미있는 달리기를 하였다는 생각을 합니다.


 

올 춘마는 작년과 또 다른 의미에서

30K만 가기로 합니다.

 

늦은 퇴근, 휴일근무, 피곤한 몸

올 동마 때 무리한 훈련강행으로 본 대회에서 5K만 뛰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던 아쉬움이

아직도 마음 한 구석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는데

또다시 받쳐주지 않는 주위 환경들


일주일에 한번 달리기 할 수 있음도 감사히 생각해야 하다니

10월 한달 내내 100K 주행거리도 채우지 못하고 춘천운동장에 서야 했습니다.

그것도 달리기하고 처음으로 2K 이상 연속해서 걸었던 하이서울 마라톤의 아픈 기억을 포함해서 말입니다.

대회 전주 일요일 창원 운동장 주위를 돌면서 이러다 참가를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다행이 금요일 야간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올라 올 수 있었지만

피곤한 몸, 훈련을 못해 말랑말랑해진 허벅지를 만지며 느꼈던 암담함이란.

 

대회 전날은 푹 자야 한다는 생각 때문 오히려 잠을 설치고,
대회 당일 아침이면 바르던 테이프도 오늘 따라 잘 되지 않습니다.  머리도 아프고
..

 

클럽 버스에서도 잠을 청했지만 실패하고. 아침은 찰떡 세 개와 음료수,
운동장에 도착해서도 좋아 보이는 회원님들과는 달리 멍하니 따라다니기만 할 뿐,
아픈 머리는 나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진짜 최악이다.


4
시간 안에나 들어 올 수 있으려나?   욕심도 많지 훈련도 안하고 4시간이라고.

4시간 10분 안에 들어 오면 다행이지


그래서 일부러 그룹 맨 후미에서 출발합니다.

 

3번째지만(2번의 춘마 + 30K 춘천 호반) 익숙한 긴 오르막, 그리고 절재 해야하는 긴 내리막,
터널의 함성, 춘마 포스트의 단골 배경인 의암댐, 단풍길 너무 그리웠던 풍경입니다.


아팠던 머리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다리 근육이 약간 긴장을 하긴 했지만 즐거운 달리기입니다.


10K
을 지날 때쯤 뒷 그룹 3시간 40분 페메를 열심히 따라가시는 낯익은 얼굴이 보입니다.

호선이 형님, 위경선님 친형님이십니다. 우연히 훈련을 같이하게 된 것이 게기가 되어 알게 된 분입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동반주 합니다.
좀 벅찬 속도에 약간은 후반에 퍼질까 봐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얘기하며 함께 뛰니 힘은 덜 듭니다.   


속도에 왠 만큼 익숙해 질 때쯤 물먹다가 그만 헤어지고 맙니다.


탄력 받은 대로 그냥 가보자 [그래 30K만 이렇게 달려 보는 거야첫 춘마 때처럼 목표는 30K ! ]  


열심히 알코올을 뽑아 내고 게시는 회장님을,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이는 지호님을 그리고 45분이목표이신 김명택 부회장님을 뒤로하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 갑니다.

 

꽤 여러번 참가 한것 같이 모든것이 익숙한 풍경입니다.
작년 그 자리에 올해도 변함없이 기다리는 급수대, 스폰지,

오른쪽으로 돌면 급수대가 있을 거야, 언덕을 넘어 오른쪽으로 조금만 가면 내리막길이다. 이렇게 마음 속으로 앞질러 가는 것 만으로 힘이 덜 듭니다.

그러는 사이에 계획 했던 30K가 지나가 버립니다.

 

아직은 상태가 양호하여  GO !
오른쪽 허벅지에서 또 새앙쥐가 눈치만 보고 나올 때 만 기다립니다.

절반은 성공했으니 이제 편안하게 가자


맨소래담을 받아 새앙쥐 코앞에 못나오게 바르고 계속 나아갑니다


지루한 춘천 시내,  진선로에서 유일하게 내가 달리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신호등의 다가섬.

 

3시간 넘게 그렇게 보고 싶던 춘천 운동장이 보여도,
발걸음은 더욱 무겁기만 하고, 힘차게 달릴 수가 없습니다.


운동장 입구에서도 나를 응원해주는 동호회 회원님이 누구인지도 아물거려 볼 수가 없었습니다.

말소리만 아득하게만  들려올 뿐  [ 아!  장총무다 ~]

300M
트랙이 오늘 따라 왜 이리 먼지

 

그래도 사진은 잘 찍히겠다고 손을 들어 보지만.  허!
  

드디어 더 이상 뛰지 않아도 된다는 신호음이 들리고 어지러움에 난간을 잡고 한참을 서있었습니다.

 

오늘은 사력을 다해 있는 힘을 다 쏱아 달린 하루로 기억될 듯합니다.

걷지 않고 신나게 뛸 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을 합니다.

자토펙 효과 때문인지 다행히 최고의 기록을 갱신하는 운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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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마  처음 뛰시는 분을 위해 한 마디하려고
긴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중마 참가하시는 회원님들

대회 재미나게 즐기시기 바랍니다.

처음 출전하시는 회원님은 [발톱 꼭 깎고 뛰세요]

하이 서울때 깜빡 했다가 오른발 엄지 발톱이 검게 변했습니다.


토요일 훈련장에서 또는 대회 당일 파워젤을 나누어 드리려고 합니다.

꼭 받아 가시고요, 좋은 추억 만드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