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시는 울트라는 뛰지 않으리라....(중얼중얼)
각오도 컸었지만, 목표의 포기 또한 일찌감치 했던 대회.
참 아쉽고도 허전한 대회였습니다.

자봉으로 수고하신 윤재용형님 대회장 이곳 저곳에서
챙겨주심에 너무너무 감사했고요,
대회장에서도 대회후에도 격려해 주신 안진순형님,
김진명누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번 100km 도전해서 아주 좋은 성적으로
완주하신 허만옥님께 축하드립니다.
또 울트라 처녀출전하여 완주하신 분, 그리고
이번 울트라대회에 참여한 숯내식구 모든분들 수고많으셨습니다.    

오늘 인터넷 이곳 저곳 뒤적여 봤는데, 룰루 김동한님이 
숯내식구들 사진 위에 맨트가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강화햄사이트에는 공감가는 게시글들도 보이지만...
그런데 누굴 탓하리요, 다 내탓으로 생각하면 맴이 편해 질텐데...

 

출발과 함께 당당하게 뛰었습니다.
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마라톤천사 단체선수명단에 들어있어서
좀 심적 부담도 느꼈지만, 그 부담에 대한 포기도 참 빨랐습니다.

누군가 20,40,60키로 마다 급식과 간식이 많다기에
물은 허리에 찬 숫통에 한통만 가지고 달렸어요....
(베낭안에 옥수수-수염차 비상용 한병이 들었고요)

어떤분이 "조금만 더 가시면, 20km지점에 물과 빵이 있어요"
걸어오면서 소리치기에.... 급수장소는 바로 오아시스....
그 오아시스를 찾아 갔지만, 담당하는 여인이
이건 하프주자들 마시는 물인데 몇 개만 남았다면서 중얼중얼...
여기는 급수장소가 아니라면서 중얼중얼... 간신히 물한통 챙겼는데,
초반에 빨리 뛰었으니 망정이지 뒤에는 그것도 없어서 괴로웠던 모양....

65km 주자의 반환점이 한 32-35km지점에 있지않나 하는
내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사전에 정보를 파악하지
않고, 북한강에서 한번 뛰었다는 그놈의 오만함(?) 때문에....

시간을 많이 까먹은 건, 40km지점 냉국에 주먹밥을 주는데,
냉국 두 공기에 주먹밥 2개를 먹었으니 배가 뿔룩,
뛰니까 배가 출렁거리고  옆구리가 조금 아프기까지...
그래서 걷다가 뛰다가...

그것보담 더 시간을 까먹은건, 옷 몽땅 갈아입고,
신발갈아신고, 배번 새로다는데 엄청 시간을 낭비했습니다.,  

그곳에서 윤재용 형님이 특별히 주는 음료 2병을 들고
내 물품봉지를 찾는데도 시간이 약간 걸렸는데,
밝은데서 벌거벗고 갈아입기가 그래서 구석지고
어둑어둑(?)한 곳.... 바로 멍석위에 고추 널어놓은
구석 벽쪽에서 옷을 몽땅갈아 입는데,
번호판 새로 달려고 보니 삔침이 몽땅사라져서 한참을 찾았네요.

벌건고추 널어놓은 멍석위에 누런고추라도 사라졌으면
찾는데 아주 많은시간이 걸렸을지도...(농담)

어둑어둑한 길에 안개가 자욱하게 끼인곳이 많았습니다.
내 기억으로는 1**2번 정*규씨란 분이 소형오디오장치로
좋은 음악을 들으면서 가기에 따라갔습니다.
뛰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하니까
조금 늦쳐 주기에 한참을 음악과 함께 뛰었습니다.
"가랑비야 내 얼굴을 더 세게~~~~~." 따라부르기도 하고....

지금 뛰는 속도가 km당 얼마되느냐고 물으니까,
"그건 알아서 뭘합니까, 저는 지금 몇시인지도 모르고
시계도 없고.... 그냥 노래들으면서 달리는게 좋지 않습니까......"
마치 도인같은 말을하면서 오름막도  여전한 속도로 뛰었습니다.

그 동반자는 놓치고 다음 동반자와 같이 뛰었는데....
첫번째 뛰는 울트라라고 했고, 참 반갑다고 했고.....
나는 젊은분인가 생각했는데, 60대라고 하데요.
풀기록도 3시간 30분 정도....
삼거리인가에서 내가 미싯가루 한잔 먹는 사이에
먼저 가 버리시더구만요.


새벽 6시 5분
70키로 지점에서 수박화채와 두 사람으로부터 장단지
얼음맛사지를 받았습니다.
열심히 달리겠노라 다짐을 하면서 뛰었는데, 내름막부터 좀 과속을 했습니다.
80키로 지점까지 거의 1시간만에.... 그때 좀 무리를 했어요.

80키로지점에서 계획대로 치통펜(진통제)2알과 소화제 1알을 먹었지요.
새벽 7시 5분 어느 자봉팀이 주는 물을 마시고
한 40-50미터쯤 올라가니 정확히 80km 표지가 바닥에 보였습니다. 
또 다시 본격적으로 뛰어가려고 하는데, 죽먹고 가라네요.

닭죽, 깨죽....어느걸 원하느냐?
고마워요 아무거나 주세요.
받아보니 닭죽으로 낙찰..
(좀 뛸라고 폼을 잡았는데... 또 중단되네 속으로 중얼중얼...)
먹고 나오는데.....아줌마왈....
여기서 걸으면 한 4시간 걸리고요.. 뛰다가 걷다가 하면 2시간 반
걸린다고 과거 자기 경험을 이야기 하데요.
벌써 시간은 7시20분.... 아무리 달려도 13시간은 넘을것 같고...

진통제 때문에 그런지 고통은 좀 덜 한것 같은데....
닭죽먹고 나서 쓴 트림과 함께 진통제가 일부 도로 나온것 같기도하고
그래서 진통제 1알 더 먹었는데...
그때문인지 나른하고 몽롱해 졌고요.....잠이 자꾸 오기 시작...
북한강때는 초저녁에 잠이 왔는데....

밤새 뛰면서 길가에 집 마당은 계속 살폈습니다.
수도가 있는곳이 보이면
무조건 모자 안경을 벗고
머리위로 물 내리는 호수를 한참을 갔다 대었습니다.
아마 다섯집 이상은 무단출입했지 않나 생각되네요.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자우튼 90km지점부터는 거의 걸었어요.

왜냐하면 다른 사람 모두 걷기에 내 혼자 뛰면 흉볼까(?) 싶어서....
엄청덥고.... 그 햇볕아래 뛰다가 잘못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km 남았다는 지점부터 대회장까지는 엄청 멀었어요.
한 600미터는 더 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정확한건 잘 모르겠어요.

자우튼 14시간 32분....
허전하고 씁쓸하고.. 다시는 울트라는.....
........
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