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처럼, 2007/03/26 00:35, 마라톤이야기]

"우리나라 사람들은 내가 아닌 남을 위해 달린다."

마라톤 국가대표 출신 차한식 감독의 쓴소리다.

마라톤이 일찌감치 생활스포츠로 자리잡은 선진국에선 혼자 달리기를 선호하고 순수하게 건강과 완주 자체를 목표로 삼는 반면 우리나라에선 동호회 위주로 운영되고 기록과 동료와의 경쟁을 앞세우다 보니 부상률도 높다는 게 차 감독의 지적이다.

단적인 예로 최근 1~2년 사이 아마추어 마라톤 인구는 1/3 정도 늘었는데 동호회수는 900개에서 2000개 정도로 2배 이상 늘었다는 것이다.

바로 3월 24일 오후 2시 잠실롯데호텔에서 'MBC 러닝 세미나'에서 나온 소리다. '2007 아디다스 MBC 한강 마라톤대회' 참가자를 대상으로 지난해부터 열린 행사인데, 올해는 '즐겁게 달리기'를 유난히 강조해 '러닝 동기 유발'이나 인기 연예인 '러닝토크' 등  여성과 초보자에 맞춘 프로그램으로 3시간 넘게 꾸며졌다.

MBC 개그야 '주연아' 개그맨 정성호 사회로, 드라마 '주몽' 오마협 3형제 중 협보 역을 맡은 탤런트 임대호, 지난 동마 첫 풀코스 도전에 3시간24분을 기록한 미모의 여성 러너 윤선미씨, 매일 37km씩 달려 출퇴근한다는 울트라 그랜드슬래머 진장환씨. 이 네 사람이 꾸미는 '러닝토크'도 이 가운데 백미였다.

임대호씨가 MBC마라톤동호회에서 훈련하며 10km 대회에 나간 51분이란 좋은 기록을 내고도, 하프에 도전했다 18km 지점에서 포기해야 했다는 사연, 올 가을 1500km 국토일주 울트라마라톤에 도전하는 진장환씨 사연 등 흥미로운 얘기가 많았다.

사회자 정성호, 임대호, 윤선미, 진장환씨


주최측 의도와 달리 200여명의 참가자가 대부분 풀코스 이상 완주한 중급자들이다 보니 행사 취지가 다소 흐려진 감은 있다. 그래도 다양한 프로그램 덕에 지루하지 않았고 여러 가지 유익한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서브3 주자들조차 러닝의 기본이나 정확한 훈련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차한식 감독의 강의와 질의응답 내용 중 몇 가지 달림이들과 나눌 만한 정보를 간추려 본다.

초보자는 걷기-워킹-조깅-달리기 4단계를 밟아라

초보자는 무작정 달리기부터 시작해서는 안된다. 우선 가벼운 걷기부터 시작하는데, 일상적 걷기는 건강에 큰 도움은 안되니 씩씩하게 빨리 걷기, 즉 워킹 운동을 초반에 꾸준히 해줘야 한다. 그 다음 단계가 조깅. 단 이때 뒷꿈치 착지를 너무 의식하다보면 몸의 중심보다 발을 먼저 뻗게돼 원활한 달리기를 방해할 수 있는 만큼 자신에게 좀더 편안한 자세를 찾을 것을 권한다.

조깅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그 다음은 달리기 단계. 달리기는 3개월 단위로 목표 설정을 해가며 조금씩 목표량을 늘려가돼 자전거, 등산, 수영, 구기운동 등 대체훈련은 반드시 필요하다.

쉬는 시간에 참가자들의 질문에 답해주는 차한식 감독

인터벌과 스피드, 언덕훈련의 오해들

차 감독은 특히 잘못된 훈련법을 많이 지적했다. 흔히 인터벌의 경우 400m 전력주하고 200m 천천히 걷는 식으로 반복하는 경향이 있는데, 심박강화가 목적인 인터벌훈련은 400m는 최대심박수보다 낮되 160회 이상으로 달리고, 다음 400m는 약간 속도를 낮추되 심박수 130회 이상은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것.

반면 속도 끌어올라기가 목적인 스피드훈련은 전력주를 하되 300m를 넘어선 안되며, 전력주 후 심박이 제자리로 돌아올 때까지 걷는 것을 반복해야 한다. 또한 스피드훈련 강화하려면 전력주 횟수를 늘리기보다는 전력주 속도를 조금씩 높이는 방식이 것이 속도향상에 더 효과적이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언덕훈련도 2가지로 구분해야 한다. 근력강화를 목표로 할 땐 최소 5초에서 60초까지 시간을 정해 언덕을 전력질주한 후 걷는 방식이 효과적이고, 근지구력을 높이려할 할 때는 거리가 최소 150m 이상인 느슨한 언덕을 골라 등속도로 올라야 한다. 이때 전력주의 85% 정도 속도로 달리는게 좋다.

풀코스대회 한 달 전에 40~45km를 달려라?

차 감독은 풀코스대회에 맞춘 한달 프로그램도 제시했다. 최소 4주전엔 40~45km의 장거리 연습주를 권했다. 속도와 시간에 상관없이 거리 채우기를 목표로 하면 실제 대회만큼의 피로도는 없다는 것.

대회 3주 전엔 대회 목표시간대에 맞춰 25km 정도 페이스주를 해 목표달성 가능성을 체크하고, 2주 전엔 대회 페이스보다는 늦게 20km 정도 지속주를, 1주 전엔 15km 정도 조깅하면 된다.

단 대회일에 가까울수록 거리는 점차 줄여나가돼 훈련강도는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회 1주일 전까지 몸을 100%로 만든 뒤 대회 3~4일 전쯤에 조깅과 함께 1000m 전력주를 통해 호흡트기를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대회 전날 전력주는 자칫 무리가 될 수 있다는 것. 모든 훈련에서 전력주 후엔 2일 정도 회복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별빛처럼


매일 연신내에서 파주까지 37km를 달려 출퇴근한다는 진장환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