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마라톤에서 보내주는 메일 중에 마라톤 고수가 있기에 올립니다.
    서브3 꿈을 이뤄 보시길 빕니다.

“4년 안에 서브3 100번 하겠다”

풀코스 완주 51번, 서브3는 46번…김재중

특별히 운동을 즐긴 적도 없고, 신체적 특징이 뛰어나지도 않은 평범한 직장인에서 마스터스 최고수 대열에 서게 됐다. 도대체 어떤 비결이 있었던 것일까?

세상, 참 불공평하다. 평생 달리기를 해도 서브3는커녕 서브4 문턱도 못 넘는 사람이 많은데 변변한 연습도 없이 손바닥 뒤집듯이 쉽게 서브3를 하는 사람이 있다. 경기도 일산의 마스터스 고수로 소문난 김재중(45)씨가 그런 사람들 중 하나다. 특별히 운동을 즐긴 적이 없고, 신체적 특징이 뛰어나지도 않은 아주 평범한 직장인에서 마스터스 최고수 대열에 서게 됐다.

‘서브3는 타고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달성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김씨는 타고난 달림이임이 틀림없다. 달리기를 잘하는 특별한 유전자라도 있는 것일까?

가볍게 달려도 서브3 달성

김씨는 일산 호수공원 바로 앞에 위치한 아파트단지에 산다. 아파트단지 입구에서 횡단보도 하나 건너면 바로 호수공원이다. 가장 좋은 달리기 코스 중 하나로 꼽히는 호수공원을 앞마당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달림이로서 큰 축복이다. ‘달리기를 위해 이사까지 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씨는 “이곳에 이사 온 후 우연한 계기로 달리기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마 달리기를 해야 할 운명이었나 보다.

김씨의 풀코스 마라톤 최고기록은 2시간40분44초. 2005년 춘천 마라톤에서 세운 기록이다. 40여초만 앞당기면 2시간30분대 주자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이 정도 기록이라면 어지간한 마라톤 선수 수준에 근접하는 기록이다. 1등은 쉽지 않지만 나가는 대회마다 꼬박꼬박 입상권에 이름을 올리는 수준이다.

그런 기록 보유자 앞에 ‘서브3 주자’라는 수식어는 너무 부족한 느낌이다. 컨디션을 조절하기 위한 ‘펀런’으로도 가볍게 서브3를 달성하기 때문이다.

많이 뛰면서 잘 뛴다. 2006년에는 16개 대회에 참가해서 모두 서브3를 달성했다. 2005년에는 17개 대회에 나가 16번 서브3를 이루었는데, 한 번 서브3를 못 했던 대회는 바로 8월의 무더위에 열렸던 혹서기 대회로 3시간2분43초를 기록했다. 2004년에는 12개 대회에 출전, 11번 서브3를 했다. 역시 한 차례 서브3에 실패했는데, 바로 그해 2월 제주에서 열렸던 서귀포 국제마라톤대회에서였다. 눈과 비가 섞여 내리는 악천후에 험난한 언덕 코스가 포함되어 있던 이 대회에서는 3시간1분55초를 기록했다. 2003년 마라톤 대회에 처음 출전한 이후 모두 51번 풀코스를 완주했고, 이 가운데 다섯 번을 제외한 46개 대회에서 서브3를 했다. 그 다섯 번 중 세 번은 풀코스에 입문해서 뛰었던 처음 세 번의 대회였다.

그가 달리기를 시작한 계기는 독특하다. 흔히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주변 사람의 권유나 건강상의 문제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하다 못해 다른 운동을 하다가 옮겨 왔거나, 그도 아니라면 정신력 강화를 위해서 달리기를 시작했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김씨는 그냥 옆에서 어떤 사람이 달리는 것을 보고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가끔 호수공원에서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곤 했어요. 그럴 때마다 달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참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죠. 그래도 제가 직접 달리기를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어느 날 산책을 하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휙’ 하고 달려서 옆을 스쳐가는 거예요. 순간, ‘나도 한번 뛰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산책 나온 복장 그대로 그 사람의 뒤를 쫓아 달리기 시작한 거죠.”

[왼쪽 사진설명]2시간40분44초로 최고기록을 세웠던 2005 춘천 마라톤에서 마지막 스퍼트 모습

마라톤 입문 첫해에 서브3

걷다 뛰다를 반복하며 간신히 호수공원을 한 바퀴 달렸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지만 의외로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그 후 혼자 호수공원에 나가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달리기를 시작한 지 열흘 정도가 지났을 때 호수공원 한 바퀴를 쉬지 않고 달릴 수 있게 됐다. 일산 호수공원은 한 바퀴가 5km 정도 된다.

그러던 중 회사에 마라톤동호회가 생겼다. 마라톤은 잘 모르지만 그래도 동네에서 달려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가입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회원들이 마라톤대회에 같이 참가하자고 했다.
“대회에 나갈 생각이 없었어요. ‘그냥 집에서 뛰면 되는데 뭐 하러 돈까지 내고 멀리 가서 뛰나?’생각했죠. 그런데 궁금한 점이 하나 있었어요. ‘내가 뛰긴 뛰는데 기록은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그때만 해도 호수공원에 정확한 거리 표시가 안 되어 있었고, 김씨 역시 스톱워치를 차지 않고 달렸기 때문에 자신이 얼마나 빨리 달리는지 알지 못했다. 기록이나 한번 재보자는 마음으로 2003년 3월 서울 마라톤대회 하프코스에 참가 신청을 했다. 그때는 호수공원을 두세 바퀴 뛰어본 것이 연습의 전부였다.

“맨뒤에서 출발했는데, 출발선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뛸 수 없었어요. 주로 확보가 제대로 안된 거죠.”

그렇게 사람들에게 치이면서 달린 첫 하프마라톤 기록이 1시간30분46초였다. 주위 사람들이 대단한 기록이라며 놀랐지만 김씨는 제대로 한번 뛰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한 달 뒤 다시 하프대회에 나가 1시간25분01초를 뛰었고, 1주일 뒤에 다시 1시간23분43초의 기록을 세웠다.

“조금만 연습하면 서브3를 할 수 있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풀코스를 한번 뛰어보자고 생각했죠.”

2003년 가을에 열리는 춘천 마라톤을 목표로 삼았고, 그 준비로 8∼10월 세 차례의 연습주를 가져 3시간 초반대 기록을 끊으며 자신감을 가졌다. 그리고 목표했던 춘천 마라톤에서 풀코스 도전 네 번 만에 2시간58분36초의 기록으로 서브3를 달성했다.

“달리는 자세에 대해 잘 몰랐고, 호흡법이나 인터벌 훈련 같은 것도 모르던 상태였는데 갑자가 고수가 돼버렸죠. 그때까지 집사람은 제가 달리는 모습을 보면 ‘무슨 폼이 그러냐?’고 핀잔을 주었어요.”

김씨는 우선 2시간30분대에 진입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 기록을 달성하면 다음으로 서브3를 1백 번쯤 하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아마 3년 반 정도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왼쪽은 김재중씨의 훈련스케줄

빡빡한 훈련일정 소화

김씨는 GS건설에서 차장으로 근무 중이다. 플랜트 설계 중 배관 설계를 맡고 있다. 주로 중동지역에 수출하는데, 요즘은 오일 달러 때문에 경기가 좋아 일감이 많다. 하지만 장기 프로젝트라 자주 야근을 하는 일은 드물다. 규칙적이고 안정적인 근무 여건 덕에 연습을 꾸준히 할 수 있는 편이다. 아식스가 고수 마스터스들을 상대로 러닝용품을 지원하는 블루 러너스에 선정, 정기적으로 러닝화와 달리기 관련 용품을 제공받고 있다.

잘 뛰는 사람들에게는 뭔가 비결이 있다. 알고보니 폐활량이 좋은 해녀의 아들이었다거나, 어렸을 때 10리 길을 뛰어서 등교했다던가 하는 스토리 말이다. 하지만 김씨에게는 그런 것이 없다. 시골에서 학교를 다니긴 했지만 자전거를 타고 다녔고, 학창시절에 달리기는 고사하고 축구나 야구 같은 운동도 좋아하지 않았다.

‘무슨 비결이 있느냐?’는 기자의 집요한 질문에 김씨는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는데,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꾸준히 걸어다닌 것이 다리 근력을 기르게 된 비결인 것 같다”고 대답,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집에서 지하철역까지는 걸어서 10∼15분 정도라고 한다.

마라톤 도전 4회째에 서브3를 이루어냈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그때부터 마라톤과 관련된 정보를 찾아보면서 체계적으로 훈련하기 시작, 기록 단축에 나섰다. 가톨릭마라톤동호회, GS건설 동호회, 주엽동 성당 동호회 등 여러 동호회에 가입했지만 대부분 혼자 훈련하기 때문에 ‘독립군’에 가깝다. 매일 새벽 5시 반에 일어나서 운동하는 것에 맞춰줄 동호회가 많지는 않을 것이다.

비결은 성실함과 자기관리

월요일과 수요일은 가볍게 조깅한다. 화요일과 목요일엔 오전과 오후 두 번에 걸쳐 강도 높은 훈련을 한다. 화요일 오전에는 인터벌, 목요일 오전에는 템포런을 한다. 인터벌 훈련은 대회 일정에 맞추어 600m, 800m, 1200m 등으로 거리를 늘려가며 실시한다. 횟수는 6회에서 10회까지 늘려간다. 화·목요일 오후엔 남산에서 17∼20km 거리를 언덕 훈련 삼아 달린다. 금요일엔 휴식을 취한다. 대회가 없을 때는 토요일 오전 정발산에서 언덕 훈련을 하고, 일요일에 대회가 있을 때는 가볍게 조깅한다. 일요일엔 대회 참가나 장거리 훈련을 한다. 빽빽한 훈련 일정이지만 무리하지 않는 편이다. 인터벌이나 템포런 등을 할 때 무리하게 목표 기록에 맞추려고 하지 않고 힘들면 속도를 늦춘다. 그 때문인지 지금까지 큰 부상을 당한 적이 없다.

김씨의 풀코스 기록을 찬찬히 훑어보면서 놀라운 점을 발견했다. 그건 기복이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마라톤 입문 첫 대회였던 2003년 8월 혹서기 대회의 3시간14분08초와 세번째 출전 대회의 3시간13분14초를 제외하면 가장 나쁜 기록이 2005년 혹서기 대회의 3시간2분43초다. 매년 꾸준히 기록을 단축시켜온 것과 별개로 대회마다 기록 차이가 몇 분 나지 않을 정도로 고르다. 연간 가장 나쁜 기록과 가장 좋은 기록의 차이는 10분 안쪽이다. 출전 대회도 매년 1월부터 12월까지 한 달에 한두 번 주기로 꾸준하다. 한꺼번에 몰아서 달리거나 많이 쉰 적도 없다.

잘 뛰는 고수들도 부상이나 컨디션 조절 실패로 생각 밖의 나쁜 기록을 내거나, 부상으로 운동을 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는 그런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요즘도 새벽 5시20분이면 어김없이 운동장에 나간다. 춥고 깜깜한 겨울에도 변함이 없다. 새벽에 1시간30분 정도 달린 뒤 저녁에는 다시 남산에서 언덕 훈련을 한다. 부상 한 번 없이 기록을 단축한다는 것은 행운이라기보다 철저한 자기 관리와 성실함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의 첫 서브3는 타고난 것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최고기록은 분명히 자신의 땀으로 이룩했다. 그래서 세상은 공평하다.

김재중 약력

●1962년 전남 벌교생
●현재 GS건설 배관팀 차장
●2003년 마라톤 입문
●가톨릭마라톤동호회, GS건설 마라톤동호회, 주엽동 성당 마라톤 동호회 회원
●풀코스 51회 완주. 서브3 46회 달성
●최고기록 2시간40분44초(2005 춘천마라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