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씩 서서히 늘려… 춘마 풀코스 완주 위해 TF훈련한 동호회

         
       강남구 ‘숯내마라톤클럽’ 회원들
      초보자 3인도 생애 첫 완주 도전

       
숯내마라톤클럽 회원들이 지난여름 서울 탄천 인근에서 훈련하는 모습. /숯내마라톤클럽

숯내마라톤클럽 회원들이 지난여름 서울 탄천 인근에서 훈련하는 모습. /숯내마라톤클럽

서울 강남구 탄천 일대에서 훈련하는 숯내마라톤클럽은 19년 역사에 회원 70여 명을 보유한 동호회다. ‘숯내’는 탄천의 순우리말이다. 매년 단체로 춘천마라톤에 참가해왔는데, 3년 만에 열리는 올해 대회에는 35명(풀코스 19명)이 출사표를 냈다.

코로나가 급격히 확산된 동안 숯내마라톤클럽은 다른 마라톤 동호회와 마찬가지로 위기를 맞았다. 여럿이 함께 모여 달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 사태 직전인 2019년에 가입한 회원들은 대회 참가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마라톤에 도전하겠다고 어렵게 먹은 마음을 포기해버리기 쉬운 상황이었다.

숯내마라톤클럽 회원들은 각자 달린 거리와 인증 사진을 공유하는 버추얼 방식으로 개인 훈련을 이어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서로 응원과 격려 댓글을 달았다. 지난봄부터 매주 토요일 정기 훈련을 재개할 수 있었다. 지난 7월에는 2022 춘천마라톤에서 생애 첫 풀코스에 도전할 회원들을 위해 특별 TF를 꾸렸다.

‘수요 달리기 TF 훈련팀’이란 이름으로 10여 명이 매주 수요일 오후 7시에 모였다. 5명은 풀코스 경험이 없었고, 나머지는 마라톤 경력이 있는 회원이었다. 스트레칭을 시작으로 다 함께 “하나, 둘, 셋, 숯내 힘!” 구호를 외친 다음, 밤 11시까지 탄천과 양재천, 한강의 어둠 속을 달렸다. 춘천마라톤 풀코스 완주가 모두의 목표였다.

풀코스 대회를 처음 준비하는 회원들은 걷기부터 시작해 5km씩 서서히 거리를 늘려 나갔다. 부상을 방지하면서 두려움을 물리치고 즐겁게, 자신감 있게 달리는 것이 프로그램의 핵심이었다. 5km까지는 다 함께 달리고, 5km 이후부터 마라톤 경력이 많은 회원들은 자기 페이스에 맞춰 훈련했다.

이달 초 마무리된 TF 훈련 참가자 중 박경희(53)씨와 한선아(50)씨, 강용준(40)씨가 오는 23일 춘천에서 생애 첫 풀코스 도전에 나선다. 훈련을 이끌어온 박기원(61) 숯내마라톤클럽 회장은 “욕심 내서 자기 속도와 싸우면 부상에 이르게 된다”며 “다른 이들을 빨리 쫓아가고 싶은 마음을 참는 겸손과 용기를 강조한다”고 했다. 풀코스를 50회 완주한 박 회장은 이번 춘천마라톤에서 자신의 완주 시간 기록을 한 시간쯤 늦추며 첫 풀코스 도전자들의 페이스메이커로 나선다. “‘가을의 전설’ 춘천마라톤은 풍경이 아름다워서 훈련할 때 동기 부여가 잘 된다”며 “마라톤은 인생과 닮았다. 좋은 사람들과 동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숯내는 동행이다"